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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VIV 아프리카 K동물의약품에 '러브콜'

  • 등록일 : 2024.10.17 10:55
  • 조회수 : 210


[르포] 아프리카 르완다인이 외쳤다... "한국산 동물의약품 사고 싶어요"



[K동물의약품이 간다]
농식품부 시장개척단, 동아프리카 파견
축산업 급속 성장에도 의약품 부족 호소
韓동물의약품 수출 '불모지'? '기회의 땅!'
한국 전시 북적… 550만 달러 실적 예상

아프리카 무역 박람회 '한국관' 첫 등판

르완다 키갈리 컨벤션센터에서 1일(현지시간) 열린 '2024년 VIV 아프리카 박람회'에 한국관을 소개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국의 VIV 아프리카 박람회 참여는 이번이 처음이다. 키갈리=이유지 기자 



현지 농장주들의 한탄과 요청이 농식품부와 한국동물약품협회, 국내 업체들이 이곳 르완다에 모인 이유다. 축산업 성장이 빠르지만 동물의약품 공급이 부족한 동아프리카 불모지 개척에 뜻을 모았다.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에서 경쟁력을 발휘해 '수출 4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포부다. 한국 동물의약품 수출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2021·2022년 잠시 3억 달러를 넘겼다 지난해 2억5,000달러 규모로 위축돼 판로 다변화가 절실하다. 

그 첫걸음을 1~3일 키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 VIV 아프리카 박람회' 전시에서 뗐다. 올해 4회째인 이 박람회는 사하라 이남 가금류·산란계 산업의 세계적 공급업체가 모이는 무역 허브다. 35개국 150개 이상 업체가 참여, 60개국 1,732명 이상 관람객이 방문하는 등 아프리카 축산시장 통로로 자리 잡았다. 한국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나탈리 테일러 VIV 총괄은 "한국 참여는 매우 고무적인 일로 그 자체가 아프리카 축산업의 잠재력을 증명한다"고 했다.

협회와 녹십자수의약품(가나다순)·대성미생물연구소·메디안디노스틱·우진비앤지·코미팜 등 5개 업체가 차린 한국관엔 하루 수백 명씩 관람객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바이어들은 "왜 아프리카에서 한국 동물의약품을 찾을 수 없나", "어떻게 구매할 수 있냐" 등 긍정적 반응 일색이었다. 이글벳 등의 한국 제품을 써봤다는 수입업체 관계자는 "유럽산과 비교해도 질적 경쟁력이 있다"며 "가격도 유럽이 100%, 중국이 50%라면 한국은 70% 정도라 합리적"이라고 평했다.

특히 높은 기술력이 주목받았다. 코미팜은 4년간 연구해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백신 개발을 코앞에 뒀다. 앞서 베트남 개발 백신은 부작용이 컸기에 성공하면 사실상 세계 최초다. 코미팜 백신을 맞은 돼지는 감염된 돼지와 동거해도 안전했고, 백신 접종 돼지 혈액을 미접종 돼지에 투입해도 감염되지 않았다. 접종 돼지 태아에게까지 면역 항체가 전달됐다. 최종 야외 농장 시험에 대한 정부 승인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 탄자니아 바이어는 "과학계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게임 체인저"라며 "다른 곳과 계약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르완다 키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년 VIV 아프리카 박람회' 한국관에 2일(현지시간) 메디안디노스틱의 가축 질병 진단키트가 전시돼 있다. 키갈리=이유지 기자 

르완다 키갈리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4년 VIV 아프리카 박람회'에서 2일(현지시간) 오진식(맨 오른쪽) 메디안디노스틱 대표가 가축 질병 진단키트에 대해 아프리카 바이어에게 설명하고 있다. 키갈리=이유지 기자 


진단키트 제조업체 메디안디노스틱 전시관도 북새통을 이뤘다. 진단 시스템이 미비한 아프리카에 가축 질병 진단키트가 보급되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터. 남아프리카공화국 수입·제조업체 관계자는 구제역 진단키트를 보곤 "실험실, 연구비를 다 대줄 테니 (남아공에) 와서 만들어 줄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다. 한국 구제역 방역 프로그램 설명을 들은 그는 자국 정부에 제안, 계약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번 전시로 시장개척단에 참여한 5개 업체는 17개국 48개사 바이어와 진지한 상담을 나눴다. 계약 성사 시 549만 달러 수준의 실적이 예상된다. 


10년간 13개국 개척… 'K동물의약품' 수출 날개 


3일 열린 '한국-르완다 축산업계 이해관계자 간담회'에도 르완다·케냐·탄자니아·우간다 등에서 약 30명이 참석해 큰 관심을 보였다. 정병곤 동물약품협회장은 "한국은 반세기 만에 큰 경제 성장을 이뤘고 축산·제약산업도 세계적 수준"이라며 "아프리카 역시 최근 급격한 경제 성장에 축산업이 발전하고 있어 좋은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 클로드 시리무무 르완다 양돈협회장은 "필요한 만큼 조달받지 못하는 백신, 축산 기술 역량 강화 등 문제 해결 방안을 같이 모색하자"고 환대했다.

이런 수요에도 한국 동물의약품의 아프리카 수출은 지난해 175억 원에 그쳤다. 동아프리카 중엔 케냐(33억 원), 탄자니아(14억 원), 우간다(12억 원), 에티오피아(2억 원) 등에 화학제 일부를 공급하는 정도다. 까다로운 온도 관리가 필요한 백신은 동아프리카 수출 실적이 전무하다. 역으로 개별 기업의 자력 진출이 쉽지 않았을 뿐, 수출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그래서 정부가 나섰다. 농식품부 시장개척단은 동물의약품 수출 역량 증진이 기대되는 국가에 국내 제조업체를 동반 파견해 시장을 조사, 인적 자산을 구축해왔다. 2014년 남아메리카 칠레, 페루를 시작으로 13개국 시장을 개척했다. 시장개척단이 활로를 튼 국가의 최근 5년 수출액은 약 1,586억 원에 이른다. 르완다를 전진기지로 삼은 이번 동아프리카 파견이 이뤄낼 성과에 눈길이 쏠린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국가별 맞춤형 수출시장 개척 기회를 만들고 기업 활동을 뒷받침하겠다는 각오다. 이상만 농식품부 농식품혁신정책관은 "아프리카 축산업은 발전 초기 단계라 민간 수출이 쉽지 않아 시장개척단 파견 형태의 민관 협업을 통한 현지 정보망 구축이 더욱 중요하다"며 "한국 동물용의약품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수출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키갈리·냐마타(르완다)= 이유지 기자